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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냐구요? -정영신님
첨부파일   등록일 2007-03-06 조회수 7885
한 동안 열병을 앓았다. 어디론가 미지속으로 떠나고 싶은 그런 열망으로 나 자신을 세상 한가운데로 툭 던져 놓은곳이 이스라엘, 바로 키부츠였다. 나는 키부츠를 다녀온 것을 '여행'이라 칭한다. "왜 가냐구요?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떠납니다"라고 큰소리 치며 치기어리게 떠난, 짧다면 짧은 6달 동안의 키부츠라는 이름의 이 여행은 나의 기억을 참으로 풍요롭게 해주었다. 

갈릴리 남녁에 위치한 Kibbutz Afikim은 그 규모의 방대함과 건물의 낡음으로 인하여(이스라엘에서 두번째로 오래되고, 두번째로 규모가 큰 Kibbutz였기에)먼저 나를 압도했다. 또한 처음 배당받은 부엌일의 고댐으로 인해서 '노동은 신성하다고 한 사람이 누구야?"라는 불평만을 하며 첫 두 주를 허비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부엌과 식당을 오가며 매일 부딪히는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서로 안되는 영어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같이 일하게 되는 키부츠닉(키부츠에 거주하는 이)들과 한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며 쌓여가는 정의 무게에 밀려 어느덧 한달 또 한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언어는 히브리어지만 volunteer들은 세계 각국에서 모이기에 우리들은 영어를 주로 사용하게 된다. 알고보면 상당히 낯을 가리는 나의 성격탓에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가뜩이나 더운 날씨 만큼이나 내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영국에서 온 애들과 함께 일하며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간 마냥 물장난을 하면서, 프랑스에서 온 애들과 서로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부터 언어는 그리 큰 장벽이 될 수 없었다. 내가 소극적인 나자신을 떠나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서 새로운 문화를, 생각을 편견없이 받아들이느냐 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실제 나의 키부츠 생활이 다르다고 심통난 아이마냥 투덜거리기만 하며 지내느냐, 아니면 여러나라에서 온 친구들도 사귀며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매력을 찾아서 여행을 다니며 현지인들과고 친해질수 있느냐 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 자신에게 달린 문제였다.

모두들 동경하는 유럽도 나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었지만 Johanna에게서 그녀 부모님의 러브스토리를 듣다보면 어느새 스웨덴이 가고 싶어지고, 허풍쟁이 Gabor가 열내며 부다페스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때면 이번에는 헝가리가 가고 싶어지는 변덕을 부리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그들의 가족이나 학교 혹은 소중한 꿈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엇보다도 친구들 때문에 그 나라가 가고 싶어지고 그 나라 자체에 호감이 가는 걸 느낀다. 전형적인 독일인 Martin이 "너 때문에 한국이라는 곳이 가고 싶어져. 전에는 아시아는 생각도 안 했었는데 말이야."라고 했을 때 느꼈던 자그마한 감동이나, 휴일 전날인 금요일날 친한 애들 몇몇이 모여 갈릴리 호수에서 야영할때면 머리위의 별빛을 지붕삼아 수다떨던 그때의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 내안에 고이 접어 담고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좋았던 추억만큼이나 역시 힘들었고 버거웠던 기억들이 많았던 나의 키부츠 생활이 오로지 값진 기억으로만 내게 남아 있을 수 있는 건 한국에선 접할 수 없었던 그 다양한 경험들 때문이리라 본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 중에서 키부츠 생활이라는 이 짧은 여행 속에서 나 자신을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점과, 운이 좋아서 마음이 맑고 고운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점이 무엇보다도 고마운 일이었다. 어느덧 Kibbutz는 내 마음속에 또다른 고향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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