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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함수...키부츠-김종철님
첨부파일   등록일 2007-03-06 조회수 6495
작년 12월 친구들에게 키부츠에 간다라는 말을 꺼냈을 때 대부분 두가지의 반응으 보였다. 하나는 “왜?” 그리고 “집단농장에?”. 불과 반년전이지만 그 당시 키부츠라는 곳은 지금보다는 일반인들에게 많이 생소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학연수 간다고 캐나다, 호주 등지를 들먹거리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여러 신문, 잡지들의 추천, 나 스스로의 조사들을 통해 키부츠를 선택했고 나는 지금 그 선택에 감사한다. 키부츠에는 그 공간만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진주가 있었고 나는 운좋게 그 진주를 미리 발견한 것이다.

  나처럼 키부츠를 선택한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배우는것에 목적을 둔다. 이스라엘의 언어는 물론 영어가 아니라 2000년전에 사라졌다가 이스라엘의 독립과 더불어 다시 생명을 얻은 히브리어-생전 보지고 못한 희괴한 알파벳에서부터 목구멍 깊숙한 곳을 울리면서 나오는 터프한 발음, 그리고 글의 방향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와 키부츠 프로그램에 지원한 발런티어들의 공용어는 영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영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등등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발런티어들이 더러 있지만 영어를 제2외국어로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비록 정통적인 영어를 배울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는 어느새 일상 생활을 영어와 함꼐 하고 있었다. 일상생활과 나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영어는 때로는 식은땀으로 나를 적셨고 때로는 ‘나도 이런 정도는 말할 수 있는 놈이구나’라는 소박한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키부츠에서는 여러 가지 종류의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 보통 6시에서 7시 사이에 시작되고 2시에서 늦어도 3시면 모든 일이 끝난다.

  키부츠 저마다의 분위기 혹은 일의 종류에 따라 힘들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젊은 마음과 신체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그리고 키부츠 멤버들 또한 발런티어들에게 고되고 힘든 일은 제외시켜주는 일종의 예우를 베풀어 준다.

 가장 힘들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지상정. 양파와 함께 하루종일 흘린 눈물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거대한 창고 속에 2층으로 된 컨베이어 벨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컨베이어 벨트 앞에 각자의 위치를 잡고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기를 기다리면서 쿵쾅하는 소리와 함께 2층 컨베이어 벨트에서 양파더미가 쏟아져 나온다.

  나와 친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파의 꼬리를 인정사정없이 잘라낸다. 처음 왕성했던 일에 대한 의욕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양파가 뿜어대는 매운 살기에 어느새 눈물까지 말라 버리고 만다. “Oh~ Onions!” 우린 이렇게 외치면서 애꿎은 양파만 실컫 욕하는 것으로 불평을 대신해야 했다.

  보통 발런티어 하우스에는 10개 가량의 방이 있고 두세명이 한 방을 쓰게 된다.  내가 처음 3개월간 머물렀던 키부츠 Givat Oz에서는 20여명의 발런티어들과 함꼐 생활하게 되었다. 키부츠 생활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이들과의 어우러짐. 그 국적부터 가지각색인데 헝가리, 스웨덴, 멕시코, 아르헨티나, 독일, 덴마크 등등이다. 이렇듯 각자 독특하게 가지고 있는 국가적 매력과 개인의 개성이 함께 발산되면서 나는 독특한 인간관계와 우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나와 룸메이트였던 헝가리 출신, 올리베르와의 우정을 잊을 수 없다. 올리베르와 나, 우리는 두달여 동안 함께 룸 메이트로 지냈다.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렸고 첫인상이 무척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International friendship을 나눌 수 있을까?’하고 잠시 회의하기도 했지만 어느날 아침 올리베르가 부지불식간에 헝가리어로 내게 말을 건냈을 때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친해졌구나’라는 것 때문에 정말 기뻤다.

  키부츠에서는 매월 3일씩 휴가를 얻을 수 있다. 발런티어들이 휴가기간 동안 이스라엘 곳곳의 역사적인 체취를 경험한다. 올리베와 나는 함께 휴가 날짜를 잡고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철저히 여행을 계획했다.가장 값싼 경비로 가장 알찬 여행을 만들기 위해서 ‘야포문에서 황금문까지 동예루살렘 으로 통하는 8개의 성문을 중심으로 돌아보자, 예루살렘에서 가장 싼 하시미 호스텔에서 잠을 자야한다, 한국으로 치면 대학로에 해당하는 벤예후다거리의 야경을 만끽해보자 등등등...’ 우리는 계획대로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그 전리품으로 보드카 두병을 가지고 우리의 고향 키부츠 Givat Oz로 향했다.

어느 곳이든 사람이 몸을 부대끼고 사는 곳에는 항상 훈훈한 인정이 따라다닌다. 내가 키부츠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런 훈훈한 인정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다양성 때문이다.   언어, 피부색, 생활문화 하다못해 손가락으로 다섯을 셈하는 순서조차도 다른 철저한 이질성이 다양성이라는 함수를 통하고 나면 어느새 우정이라는 새로운 해답을 구하게 된다. 그래서 난 스스로 이렇게 정의했다. 

“키부츠는 다양성의 함수이다”

  만4개월 간의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이국생활. 그것은 새로운 문화체험의 장이었다. 친구들이 그립다. 오늘은 올리베르에게 꼭 편지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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